「날개」와 백화점

올해는 작가 이상(1910~1937) 탄생 100주년이다.

삶도 문학도 난해한 작가이며,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한 이상.

그의 대표적인 「날개」에서 언급된 공간(백화점)이 갖는 이야기를 통해 그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상(李箱)의 <날개>와 더불어 미쓰코시(Mitsukoshi) 백화점은 식민지 문학의 가장 인상적인 장소가 되었다.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는 채 거리를 헤매던 주인공은 이윽고 자기가 미쓰코시 옥상에 와있음을 깨닫는다. 거기서 주인공은 금붕어를 관찰하거나 거리를 내려다본다. 이 에피소드들은 충만한 역사적, 사회적 의미를 지닌다. 주인공이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면서 얼빠진 사람처럼 거리를 방황하게 된 것은 그에게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원래 그는 경성역(京城驛)홀에서 커피를 마시고자 했다. 하지만 화폐를 소유하지 못한 그는 그곳에 갈 수 없었다. 따라서 목적지를 잃은 그의 배회는 필연적이었다. 미쓰코시 옥상에 이르기까지 그는 자신의 위치조차 자각하지 못했다. 이는 “오원 돈을  써버릴 수가 있었던들 나는 자정 안에 집에 돌아올 수 없었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근대 도시의 근본적 원리를 알려준다. 근대인들은 오원이 있어야만 자정 너머까지 도시의 어느 곳인가에 머물 수 있다. 그는 소비자로서 자신의 근대적 좌표를 교환할 수 있다. 이렇게 근대인은 교환과 소비로써 시공간과 관계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룸펜 주인공이 미쓰코시에 간 것은 아이러니하다. 아무것도 구매할 수 없는 주인공과 백화점은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또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상품의 정보를 제공할 뿐 아니라 소비의 욕망을 창출함으로써 교환을 활성화, 보편화하기 위해 백화점은 빈자와 부자를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개방되었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경성 유람 버스의 운행 코스에 조선신궁(朝鮮神宮), 박문사(博文寺), 창경원(昌慶苑), 제국대학 등과 함께 미쓰코시가 포함되었던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르네상스식 건축의 스펙터클을 자랑하던 미쓰코시는 유원지나 박람회장 들의 기능도 적극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잠재적 소비자들을 유인했다. 실로 1929년 3월 17일 토목공사를 착수해 1930년 10월 21에 준공된 경성 미쓰코시에는 상품 판매소나 쇼윈도 그리고 투어리스트 뷰어로(tourist bureau) 이외에도 미쓰코시홀(극장), 대식당, 옥상정원(屋上庭園), 갤러리, 신사(神社), 온실, 소다 파운틴(soda fountain), 전망대 등이 갖추어져 있었다. 자기도 모르게 미쓰코시로 향한 주인공의 무의식을 지배한 것은, 실이었다. 근대사회는 돈 없이도 백화점에 입장할 수 있음을 그의 머리 속에게 주입시켰던 것이다. 요 컨대 애초부터 주인공의 금붕어 관찰을 가능하게 한 것은 미쓰코시의 경영 방침이었다. “옥상정원의 우리 속에 날개를 드리운 ‘카나리아’는 ‘니힐리스트’처럼 눈을 감는다”(옥상정원)고 김기림(金起林)이 썼던 것처럼, 이상이 묘사한 수족관은 미쓰코시 백화점의 시설이었다. 물론 이는 주인공이 거리를 내려다본 일이나 “날자. 날자. 날자. 한번만 더 날자꾸나”라는 서술에도 적용된다. 이것들은 1907년 도쿄의 미쓰코시가 옥상정원의 설치를 알리며 그곳에서 시중(市中)의 광경을 바라보는 것이 “공중의 새가 하계(下界)를 내려다보는 것”(初田亨(하츠다 토오루), 「백화점의 탄생」)같이 재미있다고 선전한 일을 상기시킨다. 옥상정원이야말로 사람들에게 “인공의 날개”를 부여한 셈이다. 백화점에서 산 ‘옷이 날개’가 될 것이다.  그러나 「날개」에서 묘사된 것은 금붕어 지느러미나 옥상의 전망 자체만은 아니었다. 이것들을 통해 이 소설은 근대 체계를 강력히 암시한다. 주인공은 거리를 “회탁(灰濁)의 거리”로 규정하며 “거기서는 피곤한 생활이 똑 금붕어 지느러미처럼 흐늑흐늑 허비적거렸다”고 판단한다. 그가 발견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끈적끈적한 줄에 엉켜서 헤어나지들을 못” 하는 사람들이다. 백화점에서 그는 “담벼락을 뚫고 스며”드는 근대사회의 “잔인한 관계”(「지주회시(蜘蛛會豕)」)를 통찰했다. 한편 미쓰코시로 나아간 주인공의 보행은 ‘혼부라’와도 무관하지 않다. ‘혼부라’는 일본인 거리인 남촌(南村)의 중심지이자 경성 최대의 상업 지구였던 혼마치 에서 어슬렁거리는(부라부라) 일이다. 그런데 ‘혼부라’는 도쿄의 긴자를 돌아다니는 ‘긴부라’에서 비롯된 풍속이다. ‘긴부라’와 관련해 이상은 “여자들이 새 구두를 사면 자동차를 타기 전에 먼저 은좌의 포도를 디디고 와야 한다”(「동경」)고 말했으며, 이태준(李泰俊)은 “긴부라로 한 시간”(「별은 창마다」)을 보내는 여주인공을 묘사한 바 있다. 바로 이 ‘긴부라’를 흉내 내어 식민지인들은 “언니! 혼부라 안허시려우?”(박태원 (朴泰遠), 「여인성장(女人盛裝)」)라고 제안했다. 그리고 ‘혼부라’의 중심에는 미쓰코시가 있었다. ‘혼부라’는 “미쓰코시 물건이라는 것이 흥미를 아니 끌 수가 없었”(이광수(李光洙), 「그 여자의 일생」)던 당대의 사정을 배경으로 한다. 식민지는 제국의 시장이었다. 근대가 “소비생활 면에 쇼윈도처럼 단편적으로 진열”(김기림, 「조선문학에의 반성」)된 그곳에서 사람들은 “날마다 푸른 바다 대신에 꾸겨진 구름을 바라보려 ‘엘리베이터’로 오층 꼭대기” (김기림, 바다의 향수)에 올라갔다. 이렇게 식민지는 “코티 향수가 맞이한 동양의 가을”(이상, 「AU MAGASIN DE NOUVEAUTES」)에 완성되었다. 하지만 “색색이 칠로 발라 놓은 레테르의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연분홍 스커트 밑”의 도색(桃色) 종아리”(이상, 「산책의 가을」)에도 매혹된 식민지의 소비자들은 아스피린(Aspirin)을 아달린(Adalin)과 구분할 수 없었다. 그러므로 이와 관련해 「날개」 가 반복적으로 오독된 일은 상징적이다. 종종 “날자. 날자. 날자. 한번만 더 날자꾸나”는 주인공이 미쓰코시의 옥상정원에서 외친 말로 착각되었다. 하지만 주인공이 “정오 사이렌”을 들으며 겨드랑이의 가려움을 느낀 곳은 옥상정원이 아니라 “회탁의 거리” 였다. 또한 그는 “날개야 다시 돋아라”라고 외치지도 않았다. 이미 백화점을 떠난 그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렇게 외쳐 보고 싶었을 따름이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오해가 「날개」와 미쓰코시의 문학사적 의의를 오히려 첨예화한다는 점이다. 혼동은 주인공이 소망하는 ‘날개’와 비상(飛翔)이 옥상의 높이와 잘 어울린다는 점 때문에 발생했다. 그리고 그 높이를 실현한 고층건물은 자본과 짝을 이루며 고도화된 과학과 기술의 산물이다. 즉 미쓰코시는 “하례할 것은 상공업의 발달” (「무정」)이라 한 식민지의 산업적 기획뿐 아니라, 서양을 흉내 내어 엉터리 “삼층집”(염상섭(廉想涉), 「표본실의 청개구리」)을 지었던 식민지인들의 건축적 의지를 전유(專有)했다. 그것은 오직 자신의 전망에 주목하게 함 으로써 다른 시점의 가능성을 봉쇄했다. 따라서 「날개」에 대한 오독은 조감(鳥瞰)하고 설계하는 근대적 실천의 치솟은 권력과 그에 대한 동의 및 자연화(自然化)를 표현한다. 물론 그 배후에는 제국이 있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일층 위의 이층 위의 삼층 위의 옥상정원”(이상, 「운동(運動)」)으로 된 고층건물은 추락의 위험과 공포를 내포한다. 이는 사회적 위계질서 및 그 폭력성을 상징한다. 예컨대 춘심(春心)이가 미쓰코시에서 “난찌(lunch)”(채만식(蔡萬植), 「태평천하(太平天下)」)를 먹자고 윤직원(尹直員)에게 조를 수 있었던 것과는 달리, 그곳에서 신철(申哲)은 “자기의 초라한 모양”(강경애(姜敬愛), 「인간문제(人間問題)」)을 깨달았다. 봉익(鳳翊)에게 그곳은 “자기와는 딴 세상”(염상섭, 「무화과(無花果)」)이었다. 요컨대 모든 사람에게 개방된 백화점은 편재(遍在)하는 결핍과 가난을 확인하는 장이기도 했다. 쇼윈도는 상품뿐만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도 전시했다. 그런 의미에서 돈 한푼 없는 「날개」 의 주인공이 미쓰코시에 간 것은 그가 스스로 아달린을 씹어 삼킨 일만큼이나 필연적이었다. 그렇게 그는 자신을 속인 아스피린과 아달린에 “굿바이”를 고하며 근대의 온갖 문제들에 도달했다. 이로써 한낱 백화점은 식민지 문학의 결정적인 장소로 지양(止揚)되었다.

출처 : kor.list.or.kr – 이경훈(문학평론가, 연세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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