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같은 비행기, 같은 등급의 좌석이라도 비행기 티켓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왜 고객들은 불평을 하지 않고 비행기 티켓을 사는 걸까? 여기에는 고도로 치밀한 현대 경영의 전략이 개입되어 있다. 경영은 리더십과 조직이라고만 생각하던 이들에게 『경영학 콘서트』 가 설명하는 현대 경영전략의 최전선은 신선한 충격이다. 수학적 논리와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정교하게 작동하는 경영의 세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MIT연구원이자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프로젝트 매니저로 활동중인 저자 장영재 씨가 잠시 한국을 방문한다기에 그 틈을 타서 궁금한 것들을 좀 더 물어보기로 했다.
경력이 특이합니다. 우주항공학과를 졸업하고, 경영학 석사를 받고, MIT에서 기계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런 학문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이 되었는지 궁금하네요.
우주항공학과 기계공학, 경영학을 따로 분리해서 많이들 생각하시는데, 이 학문들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연결점이 굉장히 많습니다. 항공공학에서 많이 연구하는 유체의 움직임 같은 것은 금융공학에서도 굉장히 많이 활용되고 있고요.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에서는 학문간에 벽을 쳐놓고 생각을 한쪽으로 몰아간다는 거죠. 내가 이렇게 배웠기 때문에 그 응용은 이거만 된다, 이렇게 생각을 하실 수 있는데 학문 간에는 서로 연관되는 분야가 굉장히 많습니다. 제가 비록 박사학위는 기계공학으로 받았지만 MIT에서 학문간의 경계는 그저 행정적인 편의를 위한 것 뿐이에요. 지도교수의 승인만 받으면 어떤 연구든지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기계공학 박사학위지만 경영학과 굉장히 밀접한 분야를 연구했어요. ‘불확실성을 고려한 생산 운영 방식’이었죠.
한국에서는 학문간의 경계를 넘는 것도 쉽지 않고 그런 연구로 학위를 받기도 쉽지가 않죠.
이 책에서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바로 그겁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경영학이라고 하면 문과적인 학문으로만 인식을 하는데, 현대 경영은 과학적 요소가 굉장히 많이 지배합니다. 많이 알고 계시는 공급사슬망 경영, CRM, 데이터 마이닝 그리고 그 외의 다양한 마케팅 기법들은 모두 수학적인 이론을 기반으로 형성된 것이거든요. 경영에는 크게 두 개의 축이 있어요. 인문학적 요소와 과학적 요소. 『경영학 콘서트』 에서는 그 중 한가지 축만 이야기한 거에요. 두 축 중 어느 하나를 무시할 수는 없어요. 이 책은 우리가 잘 모르고 있던 부분을 소개한 것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연구자로서는 드물게 기업 현장에서 활동하고 계십니다. 이것도 흔한 선택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학계에서 수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기업에서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죠. 그런데 학계와 기업과의 간극이 너무 커요. 연결고리가 없고. 그래서 공부는 많이들 하시니까 저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웃음),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도 학문의 끈을 한 번 놓치면 다시 이어가기 어렵기 때문에, 회사원으로 살아가지만 학교에도 적을 두고 계속 연구는 하고 있습니다.
일도 하시고, 연구도 하시고, 또 책도 쓰시려면 많이 바쁘시겠어요.
그 질문을 많이 받는데, 생각하는 것만큼 안 바빠요(웃음). 어차피 하나의 방향으로 같이 나가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연구 활동이 기업에서 문제 해결을 할 때 도움이 되죠. 기본을 잘 다져놓으면 문제 자체를 파악하는데 보내는 시간보다 문제 해결에 더 시간을 들일 수 있거든요. 이 책을 쓴 것도 기업에서 일을 하는데 간접적으로 도움이 되었어요. 제가 프로젝트 매니저라서 기획안을 내고 그 프로젝트를 설득시키는 것이 업무에요. 책을 쓰면서 공부를 하고 자료를 정리하고 하니까 프로젝트를 설명할 때 이런 저런 사례들을 통해서 복잡한 개념을 좀 더 쉽게 설명할 수 있었거든요.
경영학 콘서트 는 제목도 재미있고 사례도 많아서 쉽게 읽히지만, 사실 결코 쉬운 내용은 아닙니다.
이 책을 쓰는데 2년이 걸렸어요. 원래 출판사와 계약할 때는 8개월 안에 원고를 넘긴다고 했는데 말이죠(웃음). 이 책이 접근방법은 쉽지만 다루는 내용은 쉬운 내용이 아닙니다. 그게 리스크였어요. 직장인들이 어려운 책은 읽지 않는다고 들었거든요. 하지만 쉽다는 건 단지 방식일 따름이라고 생각해요. 어렵다고 안 다루면 되겠어요? 어려운 내용이니까 쉽게 푸는 것이 중요한 것이었죠. 그런데 의외로 독자들이 요즘 나오는 책들은 가벼운 것들이 많은데, 한 번 어려운 내용을 제대로 알고 싶다는, 최소한 개념 파악이라고 해보고 싶다는 욕구를 충족시켜준다는 평을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책에서 소개된 여러 사례 중에서, 개인적으로 ‘린 시스템’을 도입해서 오히려 생산능력이 떨어졌던 HP의 사례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론을 현실에 적용할 때는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걸 생각하게 하는 사례였어요.
그 챕터는 제가 크게 주장하고 싶은 챕터 중 하나에요. 제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경영은 유행이 아니라는 것이죠. 제발 유행 따라가듯이 교육 몇 번 받고 따라하지 말자는 거죠. HP가 좋은 사례에요. 본질 파악은 못 하고 배운 대로, 그것도 심도 있는 교육이 아니라 몇 번 들은 내용을 따라 했다가 큰일날 뻔했던 사례죠.
아마존이나 넷플릭스의 추천 시스템도 흥미로운 사례였습니다. 교보문고에서도 이걸 활용해서 추천 서비스를 하면 어떨까 싶은 생각도 하게 되네요(웃음).
예전에 추천 같은 것은 전문가가 하는 것이었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집단 지성으로 인해서 개념이 완전히 바뀌고 있어요. IBM에서 ‘딥 블루’라고, 인간하고 체스 경기를 할 정도로 고도의 기능을 갖춘 컴퓨터를 만든 적이 있었죠. 그런데 요즘은, 굳이 그런 슈퍼 컴퓨터를 만들 필요가 있냐는 분위기에요. 사람 두뇌가 이렇게 많은데(웃음). 그걸 연결하면 엄청난 브레인이 창조되는 거죠. 이런 집단 지성의 개념에 굉장한 비전을 보여준 사건이 미국 국방부의 ‘빨간 풍선 찾기’입니다. 넓디 넓은 미국 전역에 흩어놓은 10개의 풍선 위치를 가장 먼저 찾는 팀에서 4만 달러의 상금이 주어진 게임이었는데, MIT팀에서 불과 9시간 만에 모두 찾아냈어요. 바로 집단 지성의 힘이었죠. 집단 지성에 자본주의 사회의 인센티브가 결합되었어요. 수학적으로 적절하게 이익을 분배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참여를 하게 된거죠.
트위터 많이 하시죠?
많이 합니다(웃음). 트위터로 만난 분들과 술도 한 잔하고… 제가 트위터를 하기 전에는 블로그에 글도 잘 안 올리던 사람이었는데, 트위터는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트위터와 같은 소셜 미디어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나요?
느껴집니다. 많은 대화가 오가고, 오가는 대화 속에서 서로의 연결을 만듦으로써 새로운 아이디어가 창조되죠.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트위터가 시작 단계라서 특정한 부류의 사람들만 주로 사용하는데, 조금씩 효용성이 증명이 되면서 앞으론 더 많은 응용분야가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책을 읽고 나니, ‘수학을 잘 해야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웃음). 현대 경영에서 수학적 개념을 갖추지 않으면 현장 적용에서 힘들 것 같은데요.
수학을 잘 한다는 건 수학 문제를 잘 푼다는 것이 절대 아니에요. 수학 푸는 기술이 뛰어난 것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수학의 가치를 알고 수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수학적 개념을 가지고 할 수 있는 다양한 일이 있어요. 하나는 인간 두뇌로 풀 수 없는 어려운 계산 문제들을 푸는 것. 또 다른 것은 수학적 개념을 파악을 해서 수학적 전개 방식으로 문제를 논리적으로 다시 보는 것. 굳이 모두가 수학을 알고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수학을 공부하다 보면 논리적 전개의 방식에 대한 훈련이 되기 때문에 수학적인 개념 파악과 그로 인한 문제 분석 능력이 생기게 되죠. 기업에서도 수학자가 많이 필요하긴 하지만, 모든 문제를 전문가를 모셔야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죠. 하지만… 하려면 제대로 해야죠(웃음).
기업에서는 경영과학 기법들을 도입하기 위해서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할까요?
2003년에 한국의 모 항공사 임원을 만났는데, 그 항공사에서는 수익경영 시스템을 도입하고 담당자들도 교육을 받았어요. 그런데 시스템을 커스터마이징 하면서 조금 바꿔놓으니까 사용을 할줄을 모르는 거에요. 수십억을 들여 도입한 시스템이 그냥 놀고 있는 거죠. 그래서 시스템을 도입할 때는 내부 전문가가 꼭 있어야 합니다. 사용하는 사람들도 디테일은 몰라도 최소한 이것이 어떻게 작동된다는 개념은 갖고 있어야 해요. 이런 시스템들은 워드 프로세스가 아니에요.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필요 없이 결과만 나오면 되는 시스템이 아니라, 일종의 비행기 자동항법장치죠. 자동항법장치는 어떤 기후 조건과 상황에서만 움직이게 되어 있고, 조건이 맞지 않을 때는 바로 파일럿이 조종간을 잡아야 해요. 그리고 그 상황을 판단하기 위해서 파일럿들은 전문적인 교육을 받는 거죠.
하긴, 100% 완벽하게 작동하는 기계는 없으니까요.
할 수 있다고 모든 것을 자동으로 하면 안되요. 왜냐하면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은 사람이거든요. 모든 이론들은 데이터가 정확하다는 가정을 바탕에 두고 있어요. 그런데 데이터는 항상 정확하지 않아요. 그렇기 떄문에 어떤 시스템을 도입할 때는 정말 엄청난 하나의 브레인을 만들려고 하는 것보다는, 조금 뒤떨어지더라도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접근방향을 고민하고, 시스템과 함께 운영 방안들, 비즈니스 프로세스들, 조직들도 같이 다뤄야 합니다. 조직과 비즈니스 프로세스는 그대로고 의사결정 구조도 똑같은데 시스템만 하나 가져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죠.
『경영학 콘서트』 의 후속편이나 새로운 책에 대해서 준비하고 계신 게 있나요?
책을 쓰면서 조사한 자료들로 경영학 콘서트 분량을 3권은 더 낼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것으로 책을 낼 마음은 없고요, 완전히 다른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있어요. 그래서 원고를 좀 써 봤는데, 마음에 안 들더라고요. 제 마음 속에 아직 『경영학 콘서트』 가 있어서 인 것 같아요. 잡았던 것을 놓고 마음을 비워야 새로운 책을 쓸 수 있을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굉장히 모험적인 시도였습니다. 과연 이런 아이디어가 한국에서 먹힐까 싶었는데 베스트셀러까지 되다니 독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나름 2년 동안 노력해서 만든 책입니다. 제가 원하는 책이 나올 때 까지 10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쓴 책이에요. 이 책을 통해서 과학적 경영에 대해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책의 광고 카피에 나오는 말이지만, 책을 읽고 ‘경영학계의 박지성’을 꿈꿀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교보문고 북뉴스[박수진 기자]

